한 중학교 정문 앞,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아이들이 책가방을 멘 채 운동장 한쪽에 모여들었다. 형광 조끼를 입은 학생들은 각자 손에 집게와 마대자루를 하나씩 쥐고 있었다. 그들은 그날의 조깅 코스를 향해 출발했는데, 단순한 달리기가 아니라 길가에 떨어진 담배꽁초와 휴지를 줍는 ‘쓰담달리기’였다. 반장의 “오늘은 3번 코스, 5분만 집중하자”는 짧은 구호에 아이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작은 장면은 단순한 환경 정화 활동 이상을 담고 있었다. 같은 길을 함께 걸으며 나누는 대화, 서로의 보폭에 맞춰가는 과정, 그리고 조용히 스며드는 신뢰가 그 안에 있었다.
친환경 생활은 거창한 기술이나 막대한 예산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아이들이 매일 반복하는 작은 습관이 곧 환경 교육의 출발점이다. 특히 2010년대 이후 지속가능발전교육이 강조되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단순 지식 전달을 넘어 실천 중심의 프로그램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많은 학교가 예산 부족과 시간 제약으로 이론 수업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등하굣길 동선을 활용한 ‘5분 쓰담달리기’는 추가 비용 없이도 진행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했다. 이 프로그램은 환경 정화라는 가시적 성과뿐 아니라, 학생들 사이의 또래 관계 형성이라는 보이지 않는 교육적 효과를 동시에 노린다는 점에서 기존 활동과 차별화된다.
이러한 활동을 유형별로 분류하면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등굣길과 하굣길의 고정 동선을 따라 진행하는 순수 환경 정화형이다. 둘째는 쓰담달리기를 하면서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또래 상담이나 대화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관계 형성형이다. 셋째는 수집한 쓰레기를 분류하고 이를 재활용품 미술 활동의 재료로 연결하는 창의 융합형이다. 각 유형은 목적과 운영 방식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5분이라는 짧은 시간과 기존 동선을 활용한다는 효율성을 지닌다. 특히 두 번째 유형인 관계 형성형은 쓰담달리기의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하는데, 환경 문제와 학교 폭력 예방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하나의 활동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관계 형성형 쓰담달리기의 핵심은 짝꿍 시스템에 있다. 학급 내에서 평소 교류가 적었던 학생들끼리 2인 1조를 구성하여 매일 다른 코스를 배정받는다. 이때 단순히 나란히 걷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걸음 속도에 맞추고, 한 명이 쓰레기를 집는 동안 다른 한 명이 마대자루를 들어주는 협력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5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은 대화의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아이들은 억지로 대화를 이어갈 필요 없이, 눈앞의 쓰레기를 집는 공통의 목표에 집중하면서도 짧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한 학기가 지나면서 이러한 반복적인 만남은 서먹함을 넘어선 편안한 관계로 발전한다. 학교 폭력은 주로 소외와 단절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활동은 폭력 예방의 예방적 접근으로서 의미가 크다.
이 프로그램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 환경 교육이 단순 지식 전달에서 체험 중심으로 전환된 흐름과 맞닿아 있다. 1990년대까지 학교 환경 교육은 교과서 속 개념 학습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체험 활동이 강조되면서 학교 텃밭 가꾸기나 학교 주변 산책하며 쓰레기 줍기 활동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2010년대 이후에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한 다양한 환경 프로그램이 등장했는데, 쓰담달리기는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고안된 실천적 모델이다. 특히 최근에는 환경 정화 활동과 사회성 교육을 결합하는 융합적 접근이 늘어나면서,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길거리를 청소하는 것을 넘어 교육과정과 연결된 의미 있는 활동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학교 텃밭 가꾸기와의 결합도 이 프로그램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쓰담달리기를 통해 모은 낙엽이나 음식물 쓰레기를 학교 텃밭의 퇴비로 활용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텃밭에서 채소가 자라는 과정을 관찰하며 식물 관찰 일지를 작성하는데, 이는 단순한 쓰레기 줍기의 반복을 넘어 자연의 순환을 경험하게 한다. 예를 들어, 급식 후 남은 채소 껍질을 모아 텃밭에 뿌리고, 몇 주 후 흙 속에서 분해되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생태계의 순환을 직접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과서가 된다. 이처럼 쓰담달리기와 텃밭 활동이 연계되면 환경 정화의 결과물이 단순 폐기물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의 양분으로 전환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수집한 쓰레기를 교실로 가져와 분리수거하는 과정은 에너지 절약 습관과도 연결된다. 아이들은 재활용 가능한 캔이나 페트병을 별도로 분류하면서 자원의 가치를 몸으로 익힌다. 분리수거된 재활용품은 미술 시간에 활용되는데, 빈 페트병을 화분으로 재탄생시키거나, 캔을 모아 압축하여 만든 조형물이 교실 한쪽을 장식하기도 한다. 이러한 재활용품을 활용한 미술 활동은 창의력을 기르는 동시에 ‘버려지는 것에도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실속파 독자에게 특히 매력적인 점은 이 모든 활동이 추가 예산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게와 마대자루는 학교에 이미 비치된 청소 도구를 활용하고, 조끼는 학급에서 한 벌씩 구비한 것을 돌려 입으면 된다.
급식 잔반 줄이기와의 연계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지점이다. 쓰담달리기 코스를 지나다 보면 길바닥에 떨어진 과자 봉지나 음료수 캔을 자주 발견하게 되는데, 이는 학생들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인 경우가 많다. 이런 모습을 목격한 학생들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되고, 급식 시간에는 자신이 먹을 만큼만 덜어 먹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실제로 이러한 활동을 진행한 학급에서는 배식량은 줄이고 반찬을 덜 남기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사례가 나타난다.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대한 논의가 이론이 아니라 매일 마주하는 길거리 쓰레기를 통해 현실감 있게 다가가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 생태지도 만들기 탐방기와의 결합은 프로그램의 지평을 확장한다. 쓰담달리기를 하는 동안 만나는 나무와 꽃, 곤충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다. 한 학기 동안 모은 기록을 바탕으로 학급에서는 지역의 생태 현황을 담은 지도를 제작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단순히 쓰레기를 줍는 것을 넘어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환경적 특성에 눈을 뜨게 된다. 등하굣길이라는 일상적 공간을 생태적 시선으로 다시 보는 경험은 환경 감수성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아이들이 자주 다니는 골목의 수풀에서 발견한 새 둥지, 빗물이 고이는 웅덩이에 사는 올챙이 등 소소한 관찰 기록이 쌓일수록 그들 사이에서는 동네에 대한 애착도 함께 자란다.
전자기기 사용 줄이고 자연 놀이 즐기기라는 주제도 쓰담달리기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에서 다뤄질 수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활동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고 길가의 풀과 돌멩이를 만지게 된다. 짧은 5분이지만 매일 반복되면, 자연에서 얻는 소소한 즐거움을 발견하게 된다. 토끼풀 반지를 만들거나, 낙엽을 주워 책갈피를 만드는 등의 작은 놀이는 별다른 준비물 없이도 가능하다. 교사들은 이러한 순간을 포착하여 학급 활동으로 확장하기도 한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쓰담달리기 후 5분 더 머물러 나뭇잎 그림자 맞히기나 돌멩이 쌓기 게임을 진행하는 식이다. 이는 아이들에게 스크린 밖 세상의 즐거움을 조금씩 알려주는 과정이 된다.
5분 쓰담달리기를 학급 단위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운영 지침이 명확해야 한다. 첫째, 코스는 학교 주변 보행로 위주로 정하되 차량 통행이 적은 구간을 선택한다. 둘째, 안전을 위해 형광 조끼 착용을 의무화하고 2인 1조 이상으로만 활동한다. 셋째, 수집한 쓰레기는 일괄적으로 교실로 가져와 분리수거하는 절차를 고정한다. 넷째, 매일 참여를 기록하고 격주로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이때 주의할 점은 쓰담달리기를 벌칙이나 의무로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학급 차원의 작은 보상 체계나 게임적 요소를 도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일주일 동안 가장 많은 쓰레기를 수집한 조에게 ‘지구 지킴이 배지’를 수여하는 방식 등이 효과적이다.
물론 이 프로그램이 학교 폭력 예방에 직접적인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러나 환경 정화 활동을 매개로 학생들이 매일 마주치고, 짧은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되는 과정은 폭력이 발생할 수 있는 심리적 거리감을 줄여준다. 학교 폭력은 갑작스러운 사건이라기보다 오랜 기간의 소외감과 단절이 축적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매일 5분씩 같은 길을 걸으며 이름을 부르는 관계가 축적된다면, 그 사이에 끼어들 여지는 확실히 줄어든다. 이 프로그램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한 환경 정화를 넘어, 아이들이 서로에게 호의적인 눈길을 보내는 습관을 기르게 한다는 데 있다.
결론적으로 등하굣길 5분 쓰담달리기는 환경 교육과 관계 교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매우 경제적인 학교 프로그램이다. 별도의 예산 없이 기존 동선과 시간을 활용하고, 짧은 활동 시간으로 학사 일정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또한 환경 정화라는 구체적 성과는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성취감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오랜 시간 성적과 입시에 얽매여 경쟁에 지쳐 있는 청소년들에게, 이 활동은 자신이 살아가는 공간을 스스로 돌보는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경험하게 하는 소중한 기회다. 버려진 캔 하나를 집는 그 짧은 순간, 아이들은 또래와의 마음을 줍고, 동네의 생태를 읽고, 더 나은 내일을 향한 습관을 만들고 있다. 비용 걱정에 기획안을 망설이는 실속파 교사에게, 이 프로그램은 작은 반성에서 출발한 큰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